“사람들이 ‘이제는 진짜 전쟁이 났구나’라고 말합니다. 너도나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지시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거주하는 김병범 선교사는 아침부터 들려온 폭발음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서부 지역으로 대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키예프 외각으로 나가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이미 가득 차있었다고 전했다. 주유소와 은행 앞에는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연료와 비상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 대피 차량 행렬로 도로 가득 차
이날 키예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키예프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시외버스 정류장에 몰려들었고, 지하철역에도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 CNN은 “공습 사이렌을 들은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러시아와 반대편에 있는 서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키예프 외각에 거주 중인 교민 장모 씨(44)는 이날 오전 5시 반경 두 차례 커다란 폭발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교민들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전을 확인했다. 장 씨는 본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폭발음을 들으니 정말 대피해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며 “시내에 차량이 많다는 소식에 지금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교통 정체가 해소되는 대로 바로 서부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키예프나 리비우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대피하는 게 여의치 않자 임시 방공호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으로 모여 들었다. 하리코프, 오데사 등에서는 주민들이 마트와 은행으로 몰렸다. 시민들이 몰려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려 하자 경비원이 한 명 씩 줄을 세워 입장시키기도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은행에선 현금 인출이 되지 않고, 마트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등 혼란도 발생했다. 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일부 도시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6시경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연설 직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던 CNN 특파원은 갑작스런 폭발음을 듣고 ‘PRESS(기자)’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황급히 꺼내 입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자 유도 스타 다리아 빌로디드(21)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늘 난 키예프에서 폭발 소리를 들으며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매우 불안하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가. 전쟁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동안 두 차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 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과 비상 연락망 시스템을 갖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은 우리 교민은 64명이다. 이중 36명이 철수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상황이 유동적”이라면서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인접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500만 난민 유입 대비하는 유럽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에 있는 폴란드 국경검문소 역시 아침부터 대피하는 차량 행렬로 붐볐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최대 500만명 규모 피란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유럽 국가들은 추후 대규모 피란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는 폴란드는 “최대 100만 명의 난민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며 적극적인 피란민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접경 국가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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