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軍에 없는 장갑차 등장”
‘가짜 깃발’→침공 시나리오 현실로
NYT “2008년 조지아 침공 연상”
최근 러시아가 공개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투’ 동영상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옛 그루지야) 침공 때처럼 공격 구실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영역에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정찰대원 5명을 사살하고 우크라이나군 장갑차 2대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그 후 (당시 러시아에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병사 헬멧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라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영상에는 BTR-70M 장갑차가 나오는데 우크라이나군은 BRT-70M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 (영상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타스통신은 영상 속 현장이 우크라이나 남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로스토프주 미탸킨스카야라고 전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현장의 나무 위치, 인공 구조물 등을 분석한 결과 “촬영 장소는 미탸킨스카야에서 남서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다른 지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18일 발포했다”며 공개한 러시아 측 영상은 16일에 촬영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조작이 의심되는 영상이 더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일종의 시나리오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 구실을 (러시아) 스스로 만들어내는 ‘가짜 깃발’ 작전→러시아 내부 긴급회의→폭격 침공의 시나리오였다.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을 공격하면서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귀결된 일련의 러시아 행태가 2008년 조지아 침공 때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지아는 우크라이나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원했지만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해 4월 나토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염원을 환영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하자 러시아 내 반발 여론이 커졌다. 조지아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에서 일어난 친러시아 분리주의 소수 민족의 소요 사태 진압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8월 조지아를 침공해 닷새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은 자치독립을 선언했고 러시아는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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