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와중에 ‘오일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진짜 전쟁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연준 위원들이 이번 전쟁의 여파를 살피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충돌이 어떻게 전개돼 미 경제와 연준의 통화긴축 계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유가가 뛰며 스태그플레이션(침체+물가상승)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 영향 검토할 것”
클리블랜드 연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이날 델라웨어대학교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미국 경제의 중기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인상의 적절한 속도를 결정하는 데에 검토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몬드 연준의 토마스 바킨 총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불안한” 일이 될 수 있다며 연준 위원들이 향후 전개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소식을 듣고 심란했다”며 “처음 예상했던 대로 일이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음달을 시작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이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공급망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이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의 폭등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첫날 한때 유가는 2014년 여름 이후 거의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미국, 유럽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천연가스나 원유를 제재대상에 포함하지는 않으면서 유가는 100달러 밑으로 다시 내려왔다. 하지만 이날 하루 유가 변동성만 보면 거의 10%에 육박해 유가 향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큼이나 예측하기 힘들다.
◇ 스태그플레이션 꼬리 위험
특히 이번 사태는 1970년대처럼 지정학적 충돌로 인한 오일쇼크가 미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 그리고 연준 위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압박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애틀란타 연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이번 사태가 “연준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금융적 여파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원유부터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까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더 분명해질 때까지 연준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처럼 오일쇼크로 인해 성장이 둔화하고 소비 자신감이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할 수 있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 같다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케온 글로벌경제 부문 본부장은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에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긴축일정이 완전히 좌초되지는 않겠지만 중앙은행들이 경제에 미치는 역효과와 정책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충격효과는 불확실하고 오히려 매파(금리인상) 대응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중기적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꼬리 위험과 인플레이션을 꺾으려는 꼬리 위험의 역효과가 모두 높아져 결국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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