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공작원이 이미 수도 키예프에 진입했다며 자신이 그들의 1번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정을 넘긴 25일(현지시간) 오전 대국민 비디오 연설에서 “적군의 사보타주(비밀 파괴공작) 단체가 키예프에 진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키예프 시민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통행금지령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정보에 따르면 적군은 나를 1순위 목표물로 지목했다. 내 가족은 2순위”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국가수반을 무너뜨려 우크라이나를 정치적으로 파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가족이 국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난 중앙정부 업무에 필요한 모든 사람과 함께 수도 정부 구역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가족도 우크라이나에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홀로 남겨져 싸우고 있다. 누가 우리와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는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나”라며 “오늘 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지 직접적으로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침공을 끝내기 위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전적으로 자국 국방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24일 오전 5시경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우크라이나 북·동·남쪽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첫날 우크라이나인 137명이 사망하고, 316명이 다쳤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 대사들은 러시아 인근의 동유럽 지역에 육·해·공 병력만 강화할 뿐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제재하는 등 포괄적인 경제제재 방안만 공개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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