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SWIFT 결제망 퇴출)은 언제나 선택지에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유럽 일부 국가들이 (시행을) 원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2차 제재안‘ 중 러시아를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빠진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발표한 제재에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 금지 조치도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낼 한 방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독일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반대로 SWIFT 결제망 퇴출 방안이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 주목된다. 미-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공동전선이 적전 분열에 빠졌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제재안에는 러시아 금융시장 및 주요 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내용이 들어 있다. 스베르방크와 VTB 등 러시아 대형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고 첨단기술 분야 수출 통제로 항공우주와 조선 등 러시아 핵심 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22일 러시아 국책은행 2곳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을 표적으로 한 1차 제재보다는 훨씬 강력하다는 평가다.
● SWIFT 퇴출 제재 ‘양면성’에 적전분열
SWIFT는 북한 이란 등을 제외하고 200여 나라 금융기관 약 1만1000곳이 가입한 금융 전산망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결제와 주문이 이 망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퇴출되면 기업들은 수출 대금을 못 받고 해당 국가는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사실상 단절된다. 이런 파급력 때문에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SWIFT 결제망 퇴출 제재가 시급하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 SWIFT 결제망 퇴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자”며 반대했다. EU 다른 일부 국가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떼어내면 러시아 기업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만 서방 국가도 러시아의 원유를 비롯한 자원을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서방 금융기관도 러시아 채무액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 ‘에너지 금수, 자칫 푸틴 도울 수도’
러시아 에너지 금수(禁輸) 조치도 빠졌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큰 러시아를 생각하면 이 조치는 즉각 효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EU의 높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40%는 러시아산이다. 또 유럽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러시아 원유나 천연가스 공급이 멈추면 급등세인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더 튀어오를 확률이 높다.
자칫 러시아를 돕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안할 때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단은 가격을 올려 오히려 푸틴을 더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최근 러시아 가스 공급을 끊으면 유럽 에너지 가격이 3배로 오를 것이라는 취지로 비아냥댄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인식한 발언이다.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푸틴에게 가장 큰 비용을 치르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게 있다”며 “SWIFT 퇴출 등 어떤 옵션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24일 뉴욕 증시는 제재 수위가 다소 낮았다는 해석이 나오며 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3.3%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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