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을 위한) 참수(decapitating·斬首) 및 친(親)러시아 정권 세우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동시에 속전속결로 수도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러시아계 대상 제노사이드(인종 학살)를 침공 명분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키예프에 화력을 집중해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한 뒤 전역을 장악하고 친러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방송 연설에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한 러시아 파괴·공작 요원들이 키예프에 진입했다”고 했다.
● 러軍, 키예프 집중 공격
24일 오전 5시경 침공을 개시한 러시아군은 탱크부대를 동원한 전격적으로 키예프 함락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를 키예프 북부에 진입시켰고 25일 기갑부대까지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에 “적들이 (키예프시 북서부 지역인) 오볼론스키 지역에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에 진입했음을 확인한 것. AFP는 이후 “키예프 시내에서 교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사일 공격도 키예프에 집중됐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남부 크림반도, 북부 중앙과 북서부, 북동부에서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세 축으로 나눠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쳤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거리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160발을 내륙과 해상에서 동시다발로 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전통 군사전술로 꼽히는 무차별 미사일 공격과 공습도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군이 오전 4시부터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민간시설도 폭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 사용 금지된 집속탄 사용”
뉴욕타임스(NYT)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폭격 잔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이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폭발하면 폭탄 안의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내려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러시아는 25일까지 우크라이나 20여 곳에 미사일로 공습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했다. 교전은 확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첫날 최소한 우크라이나군 137명이 숨지고 3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쿨레바 외교부 장관은 “키예프에 대한 끔찍한 로켓 공격은 1941년 나치 독일 공격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밤 국가 인프라를 전시(戰時)체제로 전환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렸다. 90일간 16~60세 남성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가 소집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5일 “러시아군 사상자는 800여 명이고, 러시아군 탱크 30대를 격파하고 항공기 7대, 헬리콥터 6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키예프 점령 이후 러시아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규모 침공 초기 단계를 보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단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나토 동부전선을 위협하면서 동유럽 나토군 철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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