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함께 싸울 국가 없어” 동영상 연설
“러 제1표적은 나… 키예프 머물러”, 해외 도피설 부인하며 지원 호소
“우리와 함께 싸울 국가는 없어 보인다. 홀로 남겨져 나라를 지키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위한 25일(현지 시간) 0시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44)이 페이스북에 대국민 연설을 올렸다. 카키색 티셔츠를 입고 면도를 못 해 수척해진 얼굴의 그는 “오늘 유럽 27개 국가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나토와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인 전일 이미 우크라이나 파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직후 자신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을 의식한 듯 키예프 모처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적국(敵國)이 나를 ‘제1표적’으로 삼고 있다. 국가 수장을 제거해 정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어느 때보다 동맹의 도움이 절실하며 대러 제재는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고 서방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나토 회원국인 동유럽 9개국이 2015년 창설한 안보협력체 ‘부쿠레슈티 나인’에도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옛 소련의 압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도와야 이들 또한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희극인과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평범한 교사가 반부패 활동을 통해 대통령에 오른다는 내용의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을 맡아 스타가 됐다. 고질적 경제난과 부패에 지친 국민들은 드라마에서처럼 그가 국가를 살려낼 것으로 기대했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2019년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정부 요직을 코미디 스튜디오 동료들로 채웠으며 이번 사태에서도 전시(戰時) 대통령에게 걸맞은 지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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