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 키예프에서 우리의 영토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피난이 아니라 탄약이다.”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치 초짜’, ‘코미디언 출신 아마추어’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을 딛고 전시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의 피난 제안도 거절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남아 매일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전시 상황을 알리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군사력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조국을 지키는 지도자의 모습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군사력 순위를 평가하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40개국 중 러시아는 2위, 우크라이나는 2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 등 주요 도시 진입을 위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러시아 군의 진격이 지체되고 있다.
군부 규모가 작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자신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50만 명이었으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 350만 명으로 늘었다.
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SNS를 통해 보여주는 결사항전의 정신이 우크라이나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단결시켰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수도 키예프에 남아 지속적으로 동영상과 글을 올리며 자신의 건재와 우크라이나 군대의 활약상을 확인시키고 있다.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얼굴에 티셔츠 등 평상복 차림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은 자국민의 저항의 구심점이 됐다. 해당 영상은 텔레그램에서 230만 번, 페이스북에서 35만 번 이상 재생되며 전 세계에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이처럼 SNS 활용해 우크라이나 국민들 구심점 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을 두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조지 워싱턴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가인 알렉산더 모틸 교수는 LA 타임스에 실은 기고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 경험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재앙일 것이라고 비판했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에 최연소 대통령으로 국제정치 경험이 없어 위기에 대응을 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으나 러시아 침공 이후 침착한 대응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은 미국 정부가 해외 대피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수도에 남으면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피를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복과 괴뢰정권 수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는 키예프 시내에서 국가 수뇌부들과 함께한 영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돌아와 달라:며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했다.
실제 국민들도 전시 상황에서 그를 강력하게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비정부 여론조사 기관 ‘레이팅스(Ratings)’가 지난 26~27일 루간스크·도네츠크 지역과 크림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8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의 SNS 연설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까지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 국가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을 통해 ”젤렌스키의 미디어 활용은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등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에 대해 더 강력한 금융·은행 제재에 동의하도록 설득하고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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