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피난 중인 김재원씨(39)는 27일(현지시간) 오후 6시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더는 말이 없었다. 그동안 짧게는 1분, 길어도 7~8시간마다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14시간째 김씨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무사 탈출을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피 4일차였던 전날 김씨는 “곧 러시아가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매일 밤이 고비였지만 오늘 밤은 더욱더 큰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비자 문제를 해결하느라 다른 교민들보다 뒤늦게 키예프를 떠난 김씨는 5일 동안 쉬지 않고 차를 몰았다. 차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쪽잠을 자며 12㎞를 달렸지만 한 시간에 100m를 겨우 이동했을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김씨는 전날 “국경검문소까지 11㎞ 남았다”며 “앞뒤 차들과 유대감이 생겨서 잠이 들면 서로 깨워가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공습이 본격화하면서 연락 두절 위기는 여러 차례 이어졌다.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곳에 (러시아군이) 폭격할 위험이 있다는 가짜뉴스가 현지에 퍼지자 김씨는 전날 연락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5일에는 7시간 동안 휴대전화 인터넷이 끊겨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왔다. 김씨는 “러시아가 통신을 장악해서 연락이 끊기거나 정보가 두절될까봐 가장 걱정이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김씨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속보를 휴대전화로 확인했다. 대사관과도 연락을 주고받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배터리는 차에서 틈틈이 충전한다고 했다. 5일 전 출발 당시 물통까지 비워가며 차량 연료 총 60리터를 비축해둬 연료 부족으로 휴대전화 충전을 못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폴란드 국경에 피난민이 몰리면서 정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김씨가 전날 전달한 사진을 보면 피난을 떠나는 차들이 수백미터(m) 앞에서부터 긴 줄을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름이 다 떨어진 차를 갓길에 대고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군복을 입은 우크라이나 현지인이 길가에 대기 중인 모습도 보였다.
김씨는 연락이 끊기기 전 “제 변호사는 딸들만 겨우 폴란드로 탈출시킨 뒤 강제 징집으로 인해 생이별 후 마음의 준비 중이라고 한다”며 “대화한 내용도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씨에게서 언제 다시 소식을 듣게 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 그가 떠나온 키예프에선 지금도 격렬한 교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해당 교민과 오늘 통화가 이뤄졌다”며 “체류 교민들과 하루 2~3차례 통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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