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었구나”… 이산가족 상봉장 된 난민캠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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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인접 폴란드 국경검문소 르포

27일 밤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 공터에 차려진 임시 난민 캠프에 피란민 버스가 
도착하자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숙식 제공’ ‘○○까지 교통 무료 지원’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7일 밤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 공터에 차려진 임시 난민 캠프에 피란민 버스가 도착하자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숙식 제공’ ‘○○까지 교통 무료 지원’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살아있었구나!”

지난달 27일 오후 7시경 우크라이나 서부에 접한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렸지만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태운 45인승 대형버스가 검문소 인근 공터로 들어설 때마다 종이박스를 찢어 만든 팻말을 든 사람들이 버스 주위로 몰려들었다.

버스에 탄 40대 여성 알렉산드라 씨는 창문 밖으로 팻말을 살펴보다 황급히 내렸다. 그는 곧바로 누군가를 껴안고 울먹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고향을 먼저 떠난 남동생이었다. 남매는 울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도 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메디카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곳곳은 우크라이나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 됐다. 임시 난민 캠프로 변한 국경 도시의 기차역, 학교, 마을회관, 소방서 등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면서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는 장소가 됐다. 생사를 몰라 애만 태우던 가족을 만난 피란민들이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어디에서든 목격할 수 있다.

피란민을 태운 버스 또한 국경검문소 공터 등에 설치된 임시 캠프까지 돌면서 먼저 국경을 넘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임시 캠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에서 왔다는 로만 씨는 “사흘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임시 캠프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숙식 무료 제공’ ‘○○로 이동할 때 교통편 지원’ 등이 적힌 종이박스와 큰 도화지를 들고 피란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 생수, 의약품, 따뜻한 수프, 과자, 재킷, 아기 기저귀 같은 생활필수품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나눠주는 폴란드인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폴란드 전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피란민들에게 간식과 옷을 제공하던 자원봉사자 야신스카 씨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 주변에도 이들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현장을 경비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이날까지 4일간 우크라이나 피란민 약 20만 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향후 피란민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전국에 수용시설을 건립해 이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 28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총 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전 세계 모두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장#난민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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