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총 잡아본 적 없는 교사-사업가 등… “삶의 터전 지키겠다” 전장 나서
두 아이 엄마 부사관-저격수 활약 등… 우크라 정부군 병력의 10% 여군
우크라이나 여성인 교사 율리야 씨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의 한 승합차 안에서 동료 여성 자원군들과 함께 전투 투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소총을 부여잡고, 다른 손으로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차량 안에서 마주 앉아 있던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율리야 씨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저는 그저 우리나라에 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율리야 씨)
“총을 쏠 줄 아세요?”(NYT 기자)
“아직 잘 모릅니다. 이틀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끔찍해요.”(율리야 씨)
율리야 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에서 총을 내려놓지 않았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은 성별, 배경, 전투 능력에 관계없이 싸울 의지가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원군으로 받고 있다. 율리야 씨처럼 총을 전혀 잡아본 적이 없는 여성들도 삶의 터전을 내 손으로 지키겠다며 전장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지난 이틀 동안에만 자원군을 포함해 총 10만 명이 예비군으로 추가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자원군에 입대해 소총을 받으러 온 여성 사업가 올레나 소콜란 씨는 “폭발음을 듣게 된 순간 (군에 자원할)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난 성인이고, 건강하다. 이건 내 의무”라고 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5년 차 부사관인 나디야 바비시 씨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졸로테 지역 검문소에서 보초를 맡고 있다. 불과 400m 앞에서 러시아군과 교전이 한창인 최전선이다. 총을 쥔 바비시 씨의 오른손에는 결혼반지와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다. 그는 “여자들이 입대하는 이유도 남자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싶다”며 “우리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에서 저격수로 활약하는 올레나 빌로제르스카 씨는 참전용사인 남편에게 총 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내가 전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남성 군인들은 다들 내가 의사인 줄로 착각했다”고 했다. 빌로제르스카 씨는 러시아군의 주요 타깃이 될 만큼 위협적인 사격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에서 여군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여성들의 군 입대가 꾸준히 늘어 현재 여군은 정부군 병력의 10%를 차지한다. 여성과 노인, 직장인, 자영업자 등 평범한 시민들이 자원군으로 참여해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수도를 점령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이 틀어졌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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