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민들 “ATM 텅텅 비어” 패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일 03시 00분


[러, 우크라 침공]
구글페이 차단돼 대중교통 이용 혼란… 러, 외국인 투자자산 회수 제한 조치
당초 6300억 달러 외환보유 주장… 대부분 서방은행 묶여 인출 어려워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ATM 앞에서 사람들이 미국 달러와 유로를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ATM 앞에서 사람들이 미국 달러와 유로를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안에 미국 달러도, 러시아 루블도 전혀 없다.”

가디언 기자 Andrew Roth 트위터 캡처
가디언 기자 Andrew Roth 트위터 캡처
1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던 20대 시민 안톤 씨는 영국 BBC에 현금인출기가 텅 비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루블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루블조차 없다며 “이러다 우리가 북한이나 이란처럼 될까 봐 두렵다”고 했다. 곳곳의 현금인출기에서는 달러를 빼내려는 사람들이 며칠째 장사진을 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로 루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고 주요 은행의 연쇄 파산(뱅크런)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러시아 사회가 대혼란에 빠졌다. 루블화 급락으로 물가 상승이 예상되자 주요 매장에서는 상품 사재기도 극성을 부렸다. 특히 소련 붕괴 후 오랜 경제난으로 이미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맞은 터라 경제 위기 재연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하다. 국제금융협회(IFF) 역시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달러 발행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국가 부도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1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가의 자국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발표 이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인 3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발표 이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인 3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상당수 러시아인은 구글페이, 애플페이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교통비를 냈지만 연계 은행이 미 제재를 받은 터여서 이 또한 사용이 불가능하다.

당초 러시아는 6300억 달러(약 758조 원)를 보유한 세계 5위 외환 보유국이라는 이유로 서방 제재에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돈이 서방 주요국에 있어 당장 꺼내 쓰기가 어렵다. 미 재무부가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해 중앙은행의 현금 120억 달러 역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러시아 우크라 침공#러시아 경제난#대러 제재#루블#달러#현금인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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