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 시간)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를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물론 제재의 여파를 감안해 “(제재가 실행됐을 경우에도)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러시아의 돈줄을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미국이 곧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거론했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는 세계 2위 산유국 러시아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최고의 제재 카드로 꼽힌다. 미 의회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양당의 중도파로 꼽히는 조 맨친(민주당), 리사 머카우스키(공화당) 상원의원은 3일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함께 발의했다. 로이터통신의 설문 결과 미국인의 80%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유 금수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치명상을 입히는 동시에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악화라는 큰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과 전 세계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6일 현재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아직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를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미 정유업체들이 ‘셀프 제재’에 들어가 러시아산 제품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CNBC방송은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으며, 16일 이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채 상환일인 16일까지 7억 달러(약 8522억) 상당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달러가 바닥나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현재 러시아의 대외 부채는 400억 달러(약 49조800억 원)다. 6400억 달러(약 785조3400억 원)의 외환보유액에 크게 못 미치지만 서방의 제재로 대부분 자산이 동결돼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루블화의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70% 폭락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경제가 금융위기 때인 1998년보다 최소 10%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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