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지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분 매입을 통해 러시아를 측면 지원하면서 제재를 틈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8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국유기업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중국석화(시노켐),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 등과 함께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가스기업인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루살 등이 매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이며 이 계획이 반드시 결과물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러시아에 상당 규모의 투자를 한 상태다. 중국석유는 북극해 야말반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하는 야말LNG의 지분 20%를 갖고 있다. 또 중국 국유기업인 화신에너지도 러시야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을 약 15% 보유하고 있다. 화신에너지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던 와중에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사장을 만나 “제재 속에서도 이뤄낸 대단한 성과”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중국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 매입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서방의 제재로 판로가 줄어든 러시아산 원유 등을 낮은 가격에 도입한 선례가 있다. 또 중국이 러시아 에너지를 더 많이 수입하면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호주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자원을 사주는 게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계속 지지하다가 심각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러 제재가 장기화 할 경우 러시아 기업 가치가 계속 하락해 막대한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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