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 금지에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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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가 ‘국가부도’(디폴트) 직전에 몰렸다.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모두 러시아의 국가신용 등급을 ‘부도 직전’으로 강등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러시아가 역시 미국의 제재로 2019년부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형태의 부도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피치는 8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등급을 기존 ‘B’에서 ‘C’로 6단계 강등하며 “서방의 제재와 무역 제한 등으로 러시아의 채무상환 의지가 약화했다.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평했다. ‘C’는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D’ 등급의 직전 단계다. 피치는 앞서 2일에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6단계 하향했고 이날 또 낮췄다. 불과 6일 만에 등급이 12단계 떨어진 셈이다.

6일 무디스 역시 러시아 등급을 부도를 뜻하는 ‘C’ 등급의 직전 단계인 ‘Ca’로 매겼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등급 역시 부도(‘D’)보다 불과 두 단계 위인 ‘CCC-’에 그친다. 피치와 무디스는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미 모건스탠리는 7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식 부도를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빠르면 다음달 15일 부도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대선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베네수엘라와 국교를 단절하고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600억 달러가 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앞서 6일 JP모건체이스 역시 러시아가 이달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고 2분기(4~6월) 성장률 또한 마이너스(-)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부도 위기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 달러 당 75루블이었던 루블화 환율 또한 현재 140~150루블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한 달러 사재기가 극심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9일부터 9월 9일까지 6개월 간 루블화의 외화 환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430억 달러다. 이중 4000달러가 미국, 영국 등 서방 금융권에 있는데다 대부분 경제 제재로 동결돼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설사 러시아가 16일 부도 위기를 넘긴다 해도 서방의 초강력 제재에 맞서기 위해 일부러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고의 부도를 낼 것이란 전망마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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