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경서 만난 피란민들
“세계에 알려달라” 메시지 전해
여덟살 예고르는 “평화를 원해요”
“전쟁은 그만!!!”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 기차역에서 만난 소피아 양(7)이 A4용지에 천천히 한 자 한 자 눌러쓴 글자다. 우크라이나 중부도시 폴타바에서 살던 소피아 양은 러시아군의 침공을 피해 9일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포격 소리에 대한 두려움에 큰 헤드셋으로 귀를 막았다. 충격 때문인지 ‘국경을 넘을 때부터 말도 하지 않는다’며 마리아나 씨(35)는 딸을 걱정했다.
마리아나 씨는 “이건 전쟁이 아니라 테러리즘”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던 소피아 양은 ‘펜을 달라’고 기자에서 손짓을 한 후 종이에 ‘전쟁은 그만’이라고 적은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에서 30여 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인터뷰했다. 대부분의 피란민은 전쟁의 고통과 피란의 피곤함으로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일부 피란민은 “전쟁의 참상과 우리들의 소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인터뷰에 적극 나섰다. 일부는 자신의 메시지를 A4용지에 적어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뚫고 가족과 함께 수도 키이우에서 탈출한 예고르 군(8)은 “평화를 원해요”라고 종이에 쓴 후 같은 말을 10번 크게 외쳐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