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예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러시아 기업인에 대한 새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대사들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제재 대상 후보 15명의 명단을 검토했다. 여기엔 아브라모비치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런 심의 사항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인 첼시를 인수해 유명해진 아브라모비치가 지난 10일 영국 정부로부터 자산동결 및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제재 관련 법안 초안을 보면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깊고, 러시아 정부에 상당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제재 명단에 오른 15명 중 4명은 아브라모비치 등 과두 정치 관련자, 7명은 크렘린궁 관련 사업가, 4명은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본은 14일에 채택될 예정이며, 15명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각국 대사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또 EU는 항공과 조선 분야 등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정통한 두 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러시아 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러시아 에너지 분야 신규 투자, 러시아 사치품 수출 금지 등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이미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과두정치 관계자들을 대거 제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투자 전문 기업인 알파그룹의 창업자 미하일 프리드만과 동료 주주인 페트르 아베뉴, 이고르 세친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미하일 폴루보야리노프 회장, 금융업자 알셰르 우스마노프 등도 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베르사유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을 마치며 EU가 이미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넘어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이 이미 4차 제재안을 마련 중이라고도 말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석유 산업을 사유화하면서 부를 쌓은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몇 주간 영국 켄싱턴과 첼시의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 재벌의 재산이 94억 파운드(약 15조 1600억원)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아브라모비치는 양국 간 휴전을 중재하는 것을 돕기 위해 벨라루스로 날아갔다. 이번 조치는 지난 주 영국에서 그가 친크렘린 과두정권 관계자로 묘사되고, 영국 정부가 그에게 제재를 가한 이후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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