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16일(현지시간) 달러화 채권 이자 1억1700만 달러를 상환할 수 있을지에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세계는 사실상 러시아의 ‘디폴트’를 보게 될 전망이다.
15일 기준 러시아가 마주한 달러화 표시 국채와 관련해 상환해야 할 금액은 이달에만 7억3135만 달러(약 9089억원) 상당이다.
이중 가장 가까운 것이 16일 만기인 이자 1억1719만 달러다. 이어 21일 6563만 달러, 28일 1억200만 달러, 31일 4억4653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 8일 러시아의 장기외화 발행자 디폴트 등급(Long-Term Foreign-Currency Issuer Default Rating)을 ‘C’로 강등했다. 피치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디폴트 또는 디폴트 프로세스가 시작됐음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했다.
피치 기준에 따라 이날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30일 유예기간 적용을 시작하면 러시아의 장기외화 발행자 디폴트 등급은 ‘제한된 디폴트’ 등급으로 떨어진다.
‘제한된 디폴트’는 빚을 갚지 못하고 있지만 파산 신청과 같은 채권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앞서 피치는 중국 헝다 그룹 사태 때에도 달러화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유예기간이 시작되자 ‘제한된 디폴트’ 등급을 적용한 바 있다.
관건은 러시아가 채무를 상환하고 싶어 하는지 여부인데 확실치 않다.
16일 상환해야 할 채무는 달러화 표시 채권이다. 이에 30일의 유예기간을 적용받을 수 있다.
통상 수중에 자금이 없다면 국채를 판매해 확보하기 마련인데, 러시아는 국채를 많이 발행하지 않아 왔을 뿐더러 제재로 인해 국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를 모으기도 어려워 보인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채무를 상환할 자금이 충분히 있지만, 서방의 제재로 인해 외환 보유액 절반인 약 3150억 달러(391조1985억원)이 동결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방이 경제 제재라는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디폴트를 유도하고 있다며 ‘인위적 디폴트’라고 했다. 또 16일 지급해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를 루블화로 갚겠다고 했다. 제재가 디폴트를 유발한 것이니 가치 폭락으로 무용지물된 루블화로 갚겠다는 일종의 보복 논리다.
이날 하나은행 환율 기준 1루블은 0.01달러 수준에 그친다. 달러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하는 것은 국제시장이 인정하지 않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디폴트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지난 13일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의 디폴트는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것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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