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3주 만에 휴전 합의 ‘성큼’…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에 무게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7일 07시 06분


© News1
© News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두 차례 중단됐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평화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 4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중립국 지위를 인정할 경우 러시아가 휴전과 철군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양측은 잠정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Δ 나토(NATO) 등 블록 가입 금지를 위한 헌법 수정 Δ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 Δ분리주의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의 독립 인정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들어줄 경우 ‘특별 군사작전’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9876억원)의 군사적 지원 규모를 약속하면서 취재진들에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표현했는데, 러시아 측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같은날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FT “우크라-러, 나토 가입 포기 잠정적 합의”…휴전 기대감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나토 가입 포기를 결정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중립국 지위를 인정할 경우 러시아가 휴전과 철군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잠정적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 대표단은 우크라이나 측이 향후 나토 회원국 가입을 포기하고 미국, 영국, 터키 등으로부터 보호를 대가로 외국 병력이나 무기를 지원받지 않겠다는 내용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측 협상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어떠한 협상이 이뤄지든 러시아군은 개전 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떠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앞으로 며칠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측 협상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양국 대통령이 향후 논의하고 서명할 수 있는 문서를 작업 중”이라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전 협정 체결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다. 며칠 안에 휴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 대표단과 장관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은 과정과 대화를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위해 만난다”고 강조했다.

◇ 바이든의 ‘푸틴=전범’ 발언으로 미-러 신경전

바이든 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범(전쟁범죄인)이라고 표현해 양측간 신경전이 일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그는(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범(전쟁 범죄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 원수(바이든)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을 이유로 백악관이 그간 ‘전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美, 우크라에 1조원 군사 지원 추가 발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9876억 원) 규모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금은 총 10억 달러(약 1조 2345억원)로 늘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에 무기와 장비 추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새로운 패키지는 그 자체로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방어할 수 있도록 대공 시스템 800개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며 “세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가를 치르게하려는 결의와 우크라에 지지를 보내려는 마음으로 단결했다. 미국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이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푸틴의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공격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지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면서 “이번 안보 및 인도적 지원 외 앞으로 수일 또는 수주 간 더 많은 지원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번 군사 패키지에 재블린 대전차, 스팅어 미사일 등이 포함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나에게는 꿈이 있다”…젤렌스키, 美 의원들에 지원 촉구

바이든 대통령의 군사지원 약속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세계의 지도자이자 평화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세계인의 생명을 위해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다른 사람이나 이웃이 원할 때가 아닌, 때가 되면 죽을 권리를 누릴 수 있게 싸워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도중 발언을 잠시 중단하고 2분 남짓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키이우(키예프), 하르키우(하리코프), 오데사 등 평화로웠던 우크라 도시 속 시민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영상 속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커피를 마시며 공원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도시는 잿빛으로 변했고, 시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도시 건물은 포격의 대상이됐으며 숨진 이들은 장례식 없이 땅속에 매장됐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의 끔찍한 아침을 기억해 달라. 2001년 9월11일 사악한 이들이 당신의 도시를 전쟁터로 만들려 했던 끔찍한 날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틴 루터 킹의 명연설을 인용하며 “나에게는 꿈이 있다. 우리의 하늘을 지켜야 한다. 당신의 결정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對)러 제재 강화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유럽 전체에 가장 어두운 시기에, 더 많은 것을 요청하고 싶다”며 “러시아의 전쟁 기계가 멈출 때까지 매주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후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CNN은 “이날 역사적인 연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다 많은 군사 지원을 제공하라는 세계적 압박 속 펼쳐졌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 ICJ “러, 우크라 침공 중단하라” 판결…13대2로 통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ICJ는 러시아가 전쟁을 정당화할 증거가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에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ICJ는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바스트에서 집단학살의 예방과 처벌을 목적으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가 지원하거나 통제하는 다른 세력들도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 분쟁을 악화시키거나 연장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CNN은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전에서 열린 이번 재판은 표결에 부친 끝에 13대 2로 통과됐는데, 중국과 러시아 측이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ICJ 판결은 강제력이 없지만 구속력이 있는 판결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집단학살의 개념을 조작했다며 러시아를 ICJ에 제소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러시아는 국제법을 명백히 어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엔헌장 2조 4항은 타국 영토의 정치적인 독립을 위협하거나 훼손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 유엔 안보리, 우크라 결의안 초안 18일 표결…“채택 가능성 낮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1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접근과 민간인 보호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표결에 부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작성한 이번 결의안 초안의 채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의안 초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인정하거나 설명 책임을 다루지 않고 있어 불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관측했다.

이번 결의안 초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러, 중국, 영국, 프랑스, 미국 등 P5)의 비토(거부권) 없이 최소 9개 국가가 찬성해야 한다.

이날 바바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결의안 초안에 러시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확연한 누락(glaring omissions)’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러시아의 침략과 행동 탓”이라며 “이들의 결의안은 국제 인도주의 법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지만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을 기회삼아 러시아에 책임을 두고 수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우리는 처음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결의안을 채택할 준비가돼 있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