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뉴스 생방송서 ‘반전’ 외친 직원 “우리 엄마도 국가 선전에 세뇌 당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7일 10시 38분


러시아 TV 뉴스 생방송 중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반전 메시지를 내보내 벌금형을 선고받은 러시아 국영채널 1의 직원이 “러시아 내부 방송은 현실과 단절돼 있다. 나의 어머니조차 국가의 선전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나 옵샨니코바는 16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러시아 언론인들이 러시아의 TV 채널에서 나오는 내용이 현실과 단절돼있음을 알고 있다”며 “나의 어머니마저 국가의 선전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우리가 말하는 것과 내 신념 사이에서 점점 더 인지부조화를 느낀다”며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왜 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옵샨니코바는 지난 14일 뉴스 생방송 중 ‘전쟁 반대’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난입했다. 종이엔 ‘전쟁 반대’(NO WAR), 전쟁을 멈춰라. 선전·선동을 믿지 마라. 그들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맨 아래 줄엔 영어로 ”러시아인들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썼다.

그는 또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고, 이후 방송은 녹화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옵샨니코바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시위 도중 카메라 뒤로 서 있을 계획이었지만 시청자들이 포스터를 보게 하기 위해서는 뉴스 앵커와 가까이 있을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옵샨니코바는 시위 전에 녹화한 영상 성명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고 러시아는 침략국이다. 침략에 대한 책임은 오직 푸틴 대통령의 양심에 있다“고 말했다.

또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간 채널1에서 일하며 크렘린 선전을 해왔는데 지금은 너무 부끄럽다“며 ”내가 TV 스크린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허락한 것과 러시아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도록 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에 대해서도 ”모든 것이 막 시작되던 2014년에 우리가 침묵을 지킨 것이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옵샨니코바는 지난 15일 모스크바 법원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공 행위를 한 혐의로 273달러(약 34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옵샨니코바가 러시아의 허위정보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정부 입장과 다른 내용을 공표하는 경우 최대 1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자국 내 반전 목소리를 내는 것을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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