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폴란드 남동부 프셰미실 중앙역의 5번 승강장.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두 딸을 데리고 고국을 떠났던 우크라이나 여성 타티야나 베레미첸코 씨(40)가 귀국 열차에 올랐다. 그는 딸들에게 안전한 거처를 마련해주기 위해 잠시 폴란드로 왔지만 고국으로 가 러시아군과 싸우겠다며 “고향과 남편을 지키겠다”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남부 오데사 주민 이리나 오렐 씨(50) 또한 최근 손주들을 데리고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가 귀환했다. 러시아가 오데사, 마리우폴 등을 집중적으로 폭격하면서 이웃들을 돌봐야겠다는 신념으로 귀국했다. 그는 “여성도 싸울 수 있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폴란드 국경지대에는 두 사람처럼 “귀국해 전투에 참가하겠다”는 여성이 줄을 잇고 있다. 우크라이나 밖에 있던 여성들도 발벗고 나섰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던 마리야 할리카 씨는 며칠 전 수도 키이우로 향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진격을 위해 포위망을 좁혀오는 지금이 시민들을 대피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대피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는 “폭격 위협에 시달리며 지쳐가는 친구들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했다.
동부 도네츠크 최전선에서 싸우다 끝내 목숨을 잃은 12자녀의 어머니 올가 세미디아노바 씨(48)의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그는 3일 러시아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복부에 총을 맞고 숨졌다. 이후에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유가족은 아직까지도 그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2014년부터 군복무를 해온 그는 자녀 중 절반인 6명을 입양했다. 정부로부터 ‘영웅 어머니(Mother heroine)’란 칭호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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