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앞당기고, 연준이 매입한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파는 ‘양적 긴축’(대차대조표 축소) 또한 실시하겠다며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예고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에 흩어졌던 자본이 고수익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이 덩달아 금리를 올리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이미 타격을 받고 있는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올해 금리 6회 추가 인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물가안정 없이 지속적인 최대 고용을 달성할 수 없다. 강한 고용시장을 유지하며 물가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에 다다르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하는 위원 16명이 예상한 올해 말 금리 수준 전망치의 평균은 1.875%다. 연말 금리가 2%를 넘을 것이라고 본 위원도 7명이나 됐다. 이날 인상으로 0.25∼0.50%가 된 금리를 남은 6번의 FOMC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올려야 도달 가능한 수준이다. 연준이 실제 6회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연말 기준 금리는 1.75∼2%가 된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6회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FOMC에서는 0.50%포인트 인상을 뜻하는 ‘빅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이런 행보가 2004∼2006년 당시 17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당시 장기간의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연준은 대대적인 긴축에 나섰다.
연준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 또한 금리 인상과 병행하기로 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대차대조표(자산)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5월 3, 4일 열릴 FOMC에서 양적 긴축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렇게 쌓인 자산이 8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매각하면 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
○ “우크라 사태가 물가 더 올려”
연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어 미 경제에 부담을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전 2.6%에서 4.3%로 크게 올렸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기존 4%에서 2.8%로 하향했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인플레이션에 단기적 상승 부담을 주고 있다며 “높은 물가는 음식, 주거 등 필수 재화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 내년에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특별히 올라가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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