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초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돌입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22일 13시 05분


최초의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에 대한 미 상원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미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다면 잭슨 후보자는 233년의 미 연방대법원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자, 최초 국선 변호사 출신 연방대법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오전 11시부터 잭슨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돌입했다. 청문회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청문회는 현재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소속된 잭슨 후보자를 미국 전역에 소개시켜 줄 것이며, 상원 의원들이 잭슨 후보자에게 법과 정책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지금까지 최고법원에 대한 심의를 받기 위해 흑인 여성이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적이 없다”며 “잭슨 후보자는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의미있는 청문회인 만큼 이번 청문회는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잭슨 후보자는 13분간 모두발언 통해 “만약 제가 인준된다면 저는 헌법과 지난 246년 동안 지속돼 온 미국 민주주의의 이 위대한 실험을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해 생산적으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지금 거의 10년 동안 판사 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저는 (판사로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저는 사건들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결을 내린다. 저는 사실을 평가하고,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불편부당하게) 법관선서에 부합하도록 제 앞에 있는 사건들의 사실에 대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법관으로서 제 역할은 제한적이며, 헌법은 저에게 단지 제대로 제시된 사건과 분쟁을 판결할 수 있는 권한만을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는 제 사법적 역할이 판례를 주의 깊게 따르는 것에 의해 더욱 제한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잭슨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자신이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까지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가족과 자녀, 학교 선생님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잭슨 후보자 뒤에 앉아 있던 남편은 잭슨 후보자의 발언 내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잭슨 후보자는 퇴임을 선언한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을 자신의 롤모델로 거론하면서 만약 자신이 인준된다면 그의 정신을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브라이어 대법관이 대법관 지명 당일 ‘전체적으로 볼 때 법률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많은 견해와 욕구를 가진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함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기 위해 더 조화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함께 살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잭슨 후보자는 상원 인준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지만, 당연직 상원의장을 맡는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만큼 민주당내 이탈자만 없다면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잭슨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잭슨 후보자가 지난해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될 당시 린지 그레이엄, 수잔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등 공화당 상원의원 3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은 바 있어 공화당 내에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겨냥한 듯 잭슨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에 앞서 법사위원들을 포함해 45명의 상원의원을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 언론들은 최종 상원 표결 이전에 잭슨 후보자가 더 많은 상원들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일단 최초의 흑인여성 대법관 후보자인만큼 정중하게 대하고 인신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번 청문회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나섰다.

우선 공화당은 아동 포르노 범죄자들에 대한 잭슨 후보자의 선고 형량을 문제삼았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잭슨 후보자가 워싱턴DC 지방법원에서 8년간 근무하는 동안 아동 포르노를 소지 및 유통한 피고인들에게 연방 형량 기준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화당 집계에 따르면, 잭슨 후보자는 이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9명의 피고인 중 7건이 정부 권고지침을 밑돌았고, 나머지 2건은 법정 최저형을 선고했다.

다만, 정부의 권고지침 자체가 과실의 경중에 대한 판단 및 미성년자와 불법적 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 공화당이 지적한 선고 사례 중 절반 가량은 연방 검찰 스스로 지침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은 또 잭슨 후보자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범들을 변호하고, 국선변호사로서 일했던 것을 두고도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잭슨 후보자가 ”죄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잭슨 후보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불법 이민자를 신속하게 추방하기 위해 추진하던 강경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기각 판결을 내렸던 것과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낙태권과 관련한 질문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진보 진영에서 요구하고 있는 ’연방대법관 증원‘에 대해 지지할지 여부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의 강경한 입장에 과거 잭슨 후보자에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표로 기우는 모양새다. 법사위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과거 민주당이 브렛 캐버노 대법관 청문회 당시 강하게 반대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사퇴를 공식화한 브라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잭슨 후보자를 지명했다.

다만, 잭슨 후보자가 대법관직에 오른다 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6 대 3‘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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