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계 증오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 한인 사회가 든든한 우군을 만났다. 살아있는 흑인 민권 운동의 대부로 평가되는 제시 잭슨 목사(81)가 2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인회관을 방문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 등 지역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잭슨 목사는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대항해 이민자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잇단 증오범죄에도 미국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한인사회를 향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돼선 안 된다.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서 ‘보이는 존재’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가 권익을 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잭슨 목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계자로 꼽혀 온 흑인 사회의 거물급 지도자다. 그는 젊었을 때 킹 목사와 민권 운동을 같이 했으며, 1968년 킹 목사가 멤피스 시내 모텔에서 암살됐을 때 현장에도 있었다. 1965년 ‘셀마 행진’ 등 흑인 인권과 참정권을 위한 역사의 중요한 현장을 모두 함께 했으며, 나중에는 1984년과 198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등 정치권에도 발을 들였다. 최근에는 고령의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리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는 등 건강이 악화됐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잭슨 목사는 미국 사회의 소수자들이 인종 간 연대를 통해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역사적으로 오랜 차별에 시달려온 흑인 커뮤니티가 아시아계와 힘을 합치면 사회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가 돼 정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그런 의미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우리는 다수(majority)다”라는 구호를 여러번 외치기도 했다.
잭슨 목사는 또 올 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아시아계와 흑인 사회가 연합해 대규모 집회를 할 것을 제안하는가 하면, 다양한 소수자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시민단체 ‘레인보우 연합’에도 한인 사회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잭슨 목사는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역사는 오래 됐다”면서도 우리는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한인회장은 이날 행사에 대해 “증오범죄는 현실의 문제이고 이 폭력의 희생자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알고 있다”면서 “저명한 인권운동가가 직접 와서 말씀해주시니 한인사회에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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