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편에 서온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에도 마지노선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24일(현지 시간) 밤 방영된 홍콩 펑황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금지 구역이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면서 “유엔 헌장 원칙, 공인된 국제법,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 등이 마지노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달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에서 만나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에 한계는 없다”라고 말하고 ‘제한도, 금지구역도 없는 전략적 협력’을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유럽으로 수출이 막힌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탄 등을 대규모로 수입했고, 러시아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우크라이나 인권 상황과 관련한 결의안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한 눈가림용이라는 비판이 컸다.
친강 대사의 이날 ‘마지노선’ 발언은 중국이 러시아와 일정 부분 선 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 등을 자행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갈수록 곤혹스러워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친 대사의 발언이 ‘러시아 출구전략’ 마련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시 주석과 화상 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결과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경고한 것도 친 대사의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 대사는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 대사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친 대사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을 제재할 경우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도 보냈다. 그는 “중국에 러시아 제재 동참을 강요한다면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러 사이에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경제무역과 에너지 거래가 영향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중러 사이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지장을 주고 번거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 해결에 일종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평화롭고 안정된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식량 위기에서 중국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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