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장군 사망률 2차대전 이래 가장 높은 수준…“도청으로 위치 노출”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8일 10시 08분


러시아군의 장군 전사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전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우크라이나군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가 침공한 이래 저격, 근접전투, 폭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장군이 모두 7명이다. 불과 4주 동안의 일이다. 이는 9년 동안 지속된 체첸 전쟁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조지아, 시리아 전쟁보다 월등히 높은 사망률이다.

이에 대해 한 서방 고위 당국자는 “전사”한 장군들의 계급과 이름을 밝히면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르키얀 루브키우스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최소한 러시아군의 고위 지휘관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당국자는 지난주초 4주 동안 러시아군 사망자가 이례적으로 많은 1만5000명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측 평가는 그보다 훨씬 적어서 지난 25일 1351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장군 사망자수는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전선 근처의 러시아 지휘통제부대를 공격하는데 집중한다고 밝혀 왔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러시아담당 국장 출신으로 미 싱크탱크 CNA의 연구원인 제프리 에드먼즈는 우크라이나군이 “안테나가 많은 곳 가까이에 서 있는 머리가 흰 사람은 누구나” 고위장교로 보고 저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암호 통신 장비가 없어 통신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보팀이 도청을 통해 쉽게 표적을 찾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미 국방부와 다른 서방국 당국자들은 러시아 장군들이 나토군과 달리 최전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한다고 말한다. 또 러시아군은 고위 장교 비율이 높다.

군사 전문가들과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것도 장군들이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혼란에 빠진 부대를 다잡기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서방 당국자는 러시아 장군들이 징집 신병 등 “겁먹은” 러시아군을 밀어부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달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징집병들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함으로써 징집병은 파병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 국방부, 나토 및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의 사기가 형편없다고 말한다.

키이우 인근 전투에서 큰 피해를 당한 러시아군 연대에서 지휘관을 공격해 부상을 입힌 일도 있다고 서방 당국자와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도했었다. 러시아군 37기동소총연대가 병력 절반 가량 피해를 입으면서 연대장인 유리 메드베데프 대령이 병사가 모는 탱크에 받혀 양다리에 부상을 입고 후송됐다고 우크라이나 기자 로만 트심발리욱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서방 고위 당국자는 메드베데프 대령이 “자신의 연대가 입은 피해로 인해”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휘부의 “참수”를 통해 러시아군의 침공 속도를 늦추는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고위 장교를 살해하면 새 지휘관이 배치되기까지 “3, 4, 5일 동안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뛰어난 정보”와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잘 활용함에 따라 지휘관 공격이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군 장군을 저격함으로써 러시아군은 사기가 꺽이고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오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휘관 사망 소식은 빠르게 퍼지며 감추기도 어렵다”면서 “일반 사병의 사망과 달리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서방 당국자들은 전사한 러시아군 장군들의 이름을 직접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전쟁 초기 저격된 러시아 제41군의 부사령관인 수호베츠키의 이름만 공개했다. 흑해 연안 노보로시예스크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부시장이 수호베츠키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전투임무중 영웅적으로 숨졌다”고 밝혔었다.

민간 조사단체인 벨링캣 책임자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처음 밝힌 러시아군 장군 게라시모프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벨링캣은 또 지난 7일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직원이 한 장군의 사망을 윗선에 보고하는 내용의 통화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도청해 기자들에게 공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또 체첸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의 오른팔인 투샤예프를 지난달말 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디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부인했으며 아흐메드 두다예프 체첸 공보장관은 투샤예프가 보냈다는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그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들의 사망소식을 크게 축하하는 반면 러시아는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미 조지타운대 안보 및 신기술 센터 러시아군 혁신 전문가 마가리타 코나에프는 러시아 장군 사살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이겼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쟁연구소 러시아군 전문가 메이슨 클락은 우크라이나의 발표는 러시아군의 무선 통신이 도청하기 쉬워 위치를 쉽게 노출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침공 전까지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반군들의 통신을 가로채 “표적을 확인”하고 포격을 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전쟁연구학과 소련 이후 안보 전문가인 로스 데이어먼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고위 지휘관 사망을 러시아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푸틴의 측근범위가 줄어들면서 의사결정과정을 알기 어렵게 돼 “푸틴에게 러시아군 피해 내용이 보고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고위 지휘관 사망률이 높은 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고 괴뢰정부를 수립해 러시아 위성국가로 만들겠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며칠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던 러시아의 전쟁 전망이 두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전사상자수를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며 고위지휘관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나치주의자들“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특별군사적전“으로 부르고 있는 러시아 당국은 언론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며 군에 대한 비판과 군의 평판을 해치는 정보 유출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초기에 실패하자 푸틴은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오히려 공격을 강화해왔다. 러시아 당국은 국내에서 단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감화하고 있어 참혹한 전쟁을 오래 끌고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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