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에서 승리는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며 “우리 땅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영토일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 독립 언론과 인터뷰에서 돈바스 문제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영토 문제에 대한 시각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현 상황과 러시아를 보는 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응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러시아가 “자국 군인의 희생조차 애도하지 않는 것이 이해 되지 않는다”며 “한 달에 1만5000여 명이 사망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병사들을 마치 연료처럼 전장에 던져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인과 시민 자원봉사자들은 오래 전 나라를 떠날 수 있었지만 끝까지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숨진 사람을 묻고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남겠다고 말한다”며 “이것이 전쟁을 바라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 지역에서 탱크를 막아선 평범한 시민들을 언급하며 “자발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의 승리를 믿으며 그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인의 의지만으로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러시아군을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서방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군 장비가 밀려오고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탱크가 너무 많아 교통 정체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의 러시아 제재가 도발을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어느 선을 넘어야만 처벌하는 수준으로 고안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며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지에 따라 제재가 가해진다고 들었다. 우리는 실험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이 생각하는 승리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토를 비롯한 모든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끝까지 우크라이나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서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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