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재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일부를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도 논의할 수 있다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29일 터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5차 휴전협상이 열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 러시아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문제는 러시아군이 물러난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비핵보유국 지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허용 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것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 대해 타협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기보다 둘로 쪼개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현실적으로 빠른 종전을 택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27일 “푸틴은 ‘한국형 (분단)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있다”며 “우크라니아 동남부의 러시아군 점령 지역과 나머지 비점령지역을 분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을 앞두고 “중요 사안에서 성과를 내거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중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작전의 1단계 목표가 주로 달성됐다”며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27일 “(러시아의 동부 군사력 강화는) 마리우폴 주변의 잠재적 또는 급격한 악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이 함락하면 크름반도에서 돈바스까지 이어지는 땅을 점령하게 돼 우크라이나를 둘로 분할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물류거점인 남부의 오데사까지점령되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내륙국가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전선에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7일 우크라이나 정부를 인용해 북동부 국경지대 트로스얀네츠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퇴각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트로스얀네츠 탈환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능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러시아가 어떤 지역을 일시 점령할 수는 있어도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동북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와 인접한 영토를 다시 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러시아군이 상당한 수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동시에 반격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