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부 역사 왜곡에…日서도 “정치적 의도로 가해 기술 약화” 비판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30일 10시 18분


일본 정부가 검정을 통과시킨 교과서에 일본군 ‘종군 위안부’, 조선인 ‘강제 연행’ 등 표현이 사라졌다. 현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은 2023년부터 사용되는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 사용하는 교과서 239종이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문은 “대전(전쟁) 중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를 둘러싸고, 지난해 4월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기술을 요구하는 (정부의) 지적이 잇따랐다”며 “새롭게 나온 정부 견해를 실제로 쓰게 했다. 앞으로 국가의 관여가 더욱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같은 날 “학교 현장에서는 ‘특정 견해를 강요한다’며 교육 다양성을 손상시키는 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20년 전 중학교 사회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히토쓰바시(一橋) 대학 명예교수(일본 근현대사)는 “가해의 대한 기술이 약화된 것은 문제인 데다가, 역사적 평가를 포함한 용어를 각의 결정으로 정부 견해라고 바꿔 쓰도록 한다면 (교과서) 집필자는 저항할 수 없다. 검정 제도 유명무실화로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교과서 기업 측이 정부의 의향에 따라 검정 신청 전 고쳐 쓰는 등 자율규제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 자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듣기 좋은 이야기만 실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 도쿄(東京)도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사회과를 가르치는 교원은 “예전보다도 ‘이것을 꼭 써라’는 자세가 강한 느낌이다. 부정적인(負) 부분을 희미하게 가르치는 것은 역사에 대한 겸허함이 부족하다”며 “국정이 아닌 만큼 정치적 의도는 강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27일 일본 정부는 문헌, 법령 등을 근거로 ‘종군 위안부’를 ‘위안부’,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의 노동자 “강제연행‘은 ’징용‘과 ’동원‘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정부의 견해를 통일한 것이다.

이에 따라 8개 교과서 업체는 같은 해 9~12월 이미 검정을 통과했던 고등, 중등 교과서 총 44개에 대해 기술 정정 신청을 냈다. 모두 승인 받았다.

이번 검정에서도 문부과학성은 정부 견해에 따른 기술을 요구했다. ’강제연행‘ 부분과 관련 ”정부의 통일된 견해에 근거한 기술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교과서 기업은 일본사탐구, 세계사탐구, 정치·경제 등 3과목 총 20개 교과서 가운데 6개사의 12개 교과서였다. 지적 받은 부분은 총 14곳이었다.

교과서 기업들은 모두 정부의 수정 요구에 응했다. 짓쿄(??)출판은 일본사탐구 교과서의 ‘강제연행’ 표현을 모두 ‘강제적으로 동원’으로 고쳤다. 야마카와(山川) 출판은 ”조선인과 (일본) 점령 아래 중국인도 일본에 연행됐다“는 기술에서 조선인에 대해서는 ’징용‘으로 고쳐 썼다.

’종군 위안부‘ 관련 2개 기업 3개 교과서가 지적을 받았다. 모두 수정됐다.

다만 도쿄(東京)서적은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관여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위안부’라는 용어가 적절하다는 정부 견해를 함께 실었다.

도쿄서적 담당자는 ”정부 견해가 어떤지 의식할 필요는 있지만 금기 같은 인상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부과학성의 담당자는 ”조선반도(한반도) 사람들의 이입 경위는 여러 가지다. 묶어서 강제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아사히에 주장했다.

한편 지난 29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독도(일본 주장 명칭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한 역사 왜곡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한 데 대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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