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30개월만에 처음… 경기전망 놓고 전문가 전망 팽팽
서머스 前재무 “24개월내 침체”… 파월 연준 의장 “가계 자금 여력”
미국 금융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진짜로 침체가 올지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침체를 예상하는 쪽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경착륙’이 불가피해졌다고 본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계속 호조를 보일 것이며 주식시장도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과한 우려라는 반론도 있다.
○ 2년 반 만에 2-10년물 금리 역전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 한때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2.398%를 기록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2.396%)를 추월했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일종의 경제전쟁을 벌인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하루 전인 28일에도 5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56%를 기록해 30년 만기 국채 금리(2.55%)를 넘어섰다. 5년물과 10년물의 역전 역시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와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전통적으로 장단기 금리차를 대표해 왔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예금을 오래 맡기면 이자를 많이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뒤집히면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제 전망을 안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종종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스테퍼니 로스 JP모건 세계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 이후 일곱 번의 경기 침체 전에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의 역전이 발생했다”며 “역전 후 평균 17개월이 지나면 침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6년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2년 만에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 “분명한 침체 신호” vs “우려 과도”
월가와 미 경제학계에서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봤을 때 향후 24개월 안에 침체에 접어들 확률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벤 에먼스 메들리글로벌자문 이사 역시 “장단기 금리 역전 없이 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역전 후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 노동시장과 가계의 자금 여력이 튼튼하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특별히 높아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역전 때는 장기 금리 하락으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줄었지만 지금은 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을 강하게 받는 단기 금리의 상승이 역전을 주도하고 있어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개월물과 18개월물 채권의 금리 격차는 2.29%포인트로 상당히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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