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운영 시설서 전시회 2일 개막…작년 예정됐다 우익 방해로 연기돼
관객들, 소녀상 옆에 앉아 사진 찍어…우익 시위엔 “협박 멈춰라” 맞불
올해 나고야 등 3곳서 전시회 계획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수도 도쿄에서 공식 전시를 재개했다.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 도쿄 실행위원회’는 2일 도쿄 구니타치(國立)시 시민예술홀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를 열고 소녀상을 전시했다. 도쿄에서 소녀상이 공식 전시된 것은 2015년 1월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 민간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부 우익 단체의 방해와 협박에 전시장 측이 난색을 보여 돌연 연기됐다. 이날 전시회는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에서 개막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시장을 운영하는 시 관계자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시민이나 단체가 법에 따라 공공시설에서 활동하는 건 원칙적으로 보장된다”고 밝혔다.
○ “당장 떠나라” 日 우익 시위
이날 개막 전부터 전시장 앞으로 우익 세력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확성기와 차량을 동원한 이들은 “당장 이곳을 떠나라” “(소녀상 전시는) 일본인에 대한 모욕이자 차별이다” “(조선인 등)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우익 단체 회원이 전시장에 들어가려 하자 경찰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전시장 앞 다른 쪽에서는 소녀상 전시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공갈 협박을 당장 멈춰라”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는 용납할 수 없다”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자원봉사자와 변호사 등 약 300명이 전시장 안팎에서 시위 때문에 전시가 방해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일본 경시청은 경찰 100여 명을 전시장과 그 주변에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터 앞에 설치된 소녀상과 유사하다. 일부 관객은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소녀상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대 여성 관객은 “일본이 점점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돼 간다고 느낀다. 이런 작품을 도쿄에서 감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관객은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이 삭제되는 시대에 소녀상이 일본에서 전시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소녀상을 실제로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했다.
○ 올해도 日 곳곳서 소녀상 전시
일본에서 ‘표현의 부자유전’은 해를 거듭하며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최 측은 도쿄에 이어 나고야 등 3곳에서 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그동안 많은 수난을 겪었다. 2019년 전시회 때는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통을 들고 전시장을 찾겠다”는 협박 때문에 개막 사흘 만에 중단됐다. 지난해 7월 전시 당시에는 폭죽으로 추정되는 폭발 물체가 배달돼 행사가 중단됐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도 주최 측에 “너희 중 누군가가 죽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전시회에는 예약한 사람들만 소지품과 짐 검사를 받고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600명에 한정해 입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금세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운영비 400만 엔(약 4000만 원)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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