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주요 정책 기조 중 하나로 꼽혔던 ‘공동부유’가 올해 들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올해 3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발표한 1만7000자짜리 정부 업무보고에서 ‘공동부유’는 단 한 차례만 언급됐다며 중국 경제를 재건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일부 엘리트들이 부를 독점했다는 이유로 공동부유를 주창했다. 사회주의 사회 전반에 퍼진 자본 과잉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꼽혔다.
경제적으로 규모를 이룬 중국이 이제 다시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인 ‘분배’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중국 내에서 팽배한 부의 불평등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 불안정 요소를 정부 당국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조치의 첫 타깃은 대기업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데 이어 중국 최대의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 등 여러 IT기업에 압력을 가했다.
이에 중국 사회 도처에는 공동부유라는 말이 번졌지만, 중국 재정부의 예산 보고서에도 공동부유 관련 자원 분배를 위한 구체적 목표가 나오지 않았다.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된 저장성도 새 경제계획에서 공동부유 관련 정책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WSJ는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와 관련한 재산세 확대 계획 등도 정책 입안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으며 현재 재산세와 관련한 시범 운영은 상하이와 충칭 등에만 적용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재산세 확대를 할 조건이 아직 미숙하다고만 설명했다.
WSJ는 공동부유가 사퇴하는 부분적 이유로 시 주석이 경제가 튼튼해야 할 때 기업주들을 불안하게 하고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더 과감하고 고통스러운 변화 없이는 공동부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세제는 선진국에 비해 덜 진보적이며 부담은 주로 저소득 근로자들에 있다. 정치적 연관성이 높은 상류층에 대한 세율 인상이 저항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의 조세제도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수준의 교육, 보건 및 기타 서비스에 자금을 조달할만큼 충분하지 못하며 이 문제를 민간과 재벌들에게 돈을 분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개인소득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이지만 사회보장기여는 6.5%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 보다 낮다.
조지 매그너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러한 모든 변화는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수반한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위험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부동산 침체를 유발했으며 기술기업 및 교육기업에 대한 단속은 독과점을 막았지만 대량 해고를 이어지며 중국 상장기업 중 수십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전멸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제학자는 중국의 전반적인 성장은 둔화됐으며 올해 5.5% 성장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 폐막 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경쟁 성장률 5.5% 성장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경제 회복세가 좋으면 올가을 당 대회 이후 공동부유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WSJ는 많은 사람이 성장의 성과를 누리도록 과감한 조치를 할 의지가 시 주석에게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