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일가족 고문 - 살해” 우크라 여러 도시서 학살 증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러, 민간인 학살]젤렌스키 “나치때도 못 본 집단학살”
부차外 지역서도 민간인 시신 발견
서방, 푸틴 전범재판 회부 증거 수집

부차 찾은 젤렌스키 “민간인 학살 공개조사” 4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확인된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를 방문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부차에서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살해당했으며 인근 보로h카 등 다른 도시의 희생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부차=AFP
부차 찾은 젤렌스키 “민간인 학살 공개조사” 4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확인된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를 방문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부차에서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살해당했으며 인근 보로h카 등 다른 도시의 희생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부차=AFP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재판에 세우거나 별도의 특별법정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km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단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 학살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ICC, 유럽연합(EU)과 전쟁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곳곳서 부차보다 더한 학살”… 시신 불에 그슬리고 묶인 흔적


모티진 마을선 이장 일가족 몰살…우크라 정부 “협력 거부하자 처형”
테이프로 눈가리고 총 쏘며 위협…젤렌스키, 유엔서 조사 필요성 강조
러 “학살, 우크라 자작극” 계속 주장…시신 위성사진 등 통해 거짓말 들통


집 마당에 묻힌 엄마 무덤 앞에서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여섯 살 소년 블라드 타뉴크가 집 마당에 묻힌 엄마
 이라 씨의 무덤 옆에 서 있다. 이라 씨는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숨졌다. 하루 전 부차에 이어 이날도 모티진, 
보로h카 등 키이우 인근 여러 소도시에서 집단학살로 숨진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발견됐다. 키이우=AP 뉴시스
집 마당에 묻힌 엄마 무덤 앞에서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여섯 살 소년 블라드 타뉴크가 집 마당에 묻힌 엄마 이라 씨의 무덤 옆에 서 있다. 이라 씨는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숨졌다. 하루 전 부차에 이어 이날도 모티진, 보로h카 등 키이우 인근 여러 소도시에서 집단학살로 숨진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발견됐다. 키이우=AP 뉴시스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모티진 마을. 지난달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숙소로 쓴 주택 뒷마당 모래를 걷어내자 마을 이장 올가 수헨코와 남편, 아들 등 일가족을 포함한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헨코는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로 눈을 가린 자국이 드러났다. 다른 시신들에서도 고문과 근접사살 흔적이 보였다. 다른 농가에서는 우물에 묶이고 불에 그슬리거나 테이프로 머리를 감아놓은 시신들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티진 주민들이 협력을 거부하자 러시아군이 고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 “다른 지역, 부차보다 집단학살 더 많을 것”

전날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부차에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다른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도 고문당하거나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속속 발견됐다.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로 발견됐다.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노바바산에서도 러시아군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포로로 잡혔다는 남성은 “테이프로 눈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군 탄약고 위치를 물으며 머리 위로 계속 총을 쏴댔다”며 “이런 ‘가짜 처형’을 15차례나 당했다”고 말했다. 올렉시 브리즈갈린 씨는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채 의자에 30시간 묶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차를 방문해 “부차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며 “키이우 외곽 지역뿐 아니라 수미, 체르니히우 등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부차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북서쪽 70km 지점의 소도시 보로s카에서 부차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부차에 상주했던 러시아군 200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범 조사 특별사법기구를 창설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유럽연합(EU)과 함께 집단학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휴전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위성사진으로 들통 난 ‘거짓말’


러시아는 자국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시신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았고 부차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軍 점령때 위성사진 속 시신, 퇴각 후에도 그대로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북쪽 부차 거리를 맥사가 촬영한 위성사진. 시신 3구(네모 안)가 보인다(왼쪽 사진).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이달 1일 같은 
거리를 촬영한 영상에서 같은 위치에 이 시신들이 있다. 인스타그램·맥사테크놀로지 AFP
러軍 점령때 위성사진 속 시신, 퇴각 후에도 그대로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북쪽 부차 거리를 맥사가 촬영한 위성사진. 시신 3구(네모 안)가 보인다(왼쪽 사진).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이달 1일 같은 거리를 촬영한 영상에서 같은 위치에 이 시신들이 있다. 인스타그램·맥사테크놀로지 AFP
그러나 NYT, 영국 BBC 등이 부차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 3주 전인 지난달 9∼11일 부차 시내 거리 곳곳에 검은 비닐포대에 담긴 시신 수십 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 동영상에도 11일 적어도 시신 11구가 포착됐고 20, 21일 영상에서도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BBC에 “집단학살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탱크, 전투기 등 무기를 추가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민간인 학살#푸틴#젤렌스키#전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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