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에서는 약 80초 분량의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는 부차와 이르핀, 마리우폴 등지에서 러시아군에 참혹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불에 타거나 뒤에 손이 묶인 채 길거리에 버려진 어린이 등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시신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었다. 아이 울음소리 등이 배경으로 깔린 이 영상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종료되자 안보리 회의실에는 탄식과 한숨이 교차하며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영상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준비한 것이다. 국방색 셔츠 차림에 덥수룩한 턱수염을 한 채 연설을 시작한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 여성들은 그들의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유엔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유엔 헌장 1조(침략·파괴 행위 진압)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인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나”라며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즉각 행동해야 한다.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엔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최소 148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2195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17일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영상과 연설에도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부차를 장악했을 때 단 한 명의 민간인도 폭력을 당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부차 영상은 끔찍하다”면서도 “성급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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