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민간인 학살]
안보리 회의 화상연설서 촉구… “유엔 행동 안할거면 문 닫아라”
美 “러 상임이사국인 것에 좌절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유엔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실태를 상세히 공개하면서 러시아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가 자국의 침략 행위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몰아내야 한다.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다른 대안이 없으면 여러분들(유엔)은 모두 해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유엔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인 집단학살을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 그는 “(국민들이) 수류탄 폭발로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순전히 재미로 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며 “이런 행동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명령을 내린 사람과 이 명령을 수행해 우리 국민을 살해한 모든 이들을 뉘른베르크 법정과 유사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뉘른베르크 법정은 194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나치 전범들에 대한 재판을 열었던 곳이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것에 느끼는 좌절감을 우리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살 참상’ 80초 영상에 안보리 탄식-한숨
젤렌스키, 안보리 화상연설 러, 학살 계속 부인… 中은 러 두둔
5일(현지 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에서는 약 80초 분량의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는 부차와 이르핀, 마리우폴 등지에서 러시아군에 참혹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아이 울음소리 등이 배경으로 깔린 이 영상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종료되자 안보리 회의실에는 탄식과 한숨이 교차하며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영상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준비한 것이다. 국방색 셔츠 차림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 여성들은 그들의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유엔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유엔 헌장 1조(침략 및 파괴 행위 진압)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인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나”라며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즉각 행동해야 한다.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엔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최소 148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2195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17일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날 영상과 연설에도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러시아군이 부차를 장악했을 때 단 한 명의 민간인도 폭력을 당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부차 영상은 끔찍하다”면서도 “성급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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