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운데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이 봉쇄중인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5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에서 급히 시체를 소각했으며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해 사체를 수습하려는 이들까지 노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이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장악에 집중하면서 돈바스 주민 또한 민간인 학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돈바스를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 시간) “수주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이후 마리우폴 정도의 비극을 본 적이 없다며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를 통해 시신을 소각했으며 폭격을 맞은 한 병원에서만 50명이 숨졌다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 명 중 12만 명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수도, 전기, 식량 보급이 끊어진 상황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호스트멜에서도 러시아군 점령기간 동안 400명 이상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 해당 병력은 러시아 본토와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의 보급을 거쳐 돈바스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장악 과정에서 돈바스 민간에 대해 학살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텔레그램을 통해 “당장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 바이든 “학살 가해자에 책임 물어야”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미군 투입 가능성을 부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에서 “내가 전쟁에 나가게 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갈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 시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며 미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간인 학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런 중대 전쟁범죄보다 더한 일은 없다. 책임 있는 국가가 모여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 이후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선 만큼 당장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러시아를 규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후 동유럽 주둔 미군을 대폭 늘렸고 현재 유럽에 10만 명이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미국은 러시아와 모두 국경을 접한 폴란드 외에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에 미군을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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