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청년인 팀 바시치신(28)과 그의 부모는 러시아 침공 이후 43일째 수도 키이우의 한 학교에서 시민들을 위한 점심식사를 만들고 있다. 6일에도 그와 자원봉사자들은 300인분의 점심을 준비했다. 그들은 러시아가 키이우를 침공한 2월 24일 도시 밖으로 피란 행렬이 이어질 때 반대로 시 외곽에 있는 집에서 식재료를 챙겨 도심으로 들어왔다. 바시치신은 “우리라도 남아 도울 일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집과 대피소에 갇힌 시민들에게 밥 배달을 하자는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식재료는 3일 만에 바닥났다.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돼 마트 등에서 식자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들 가족의 자원봉사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카페를 운영했던 이웃은 “우린 케이크를 잘 만든다”며 케이크 30인분을 만들어 왔다. 아껴놨던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남성은 배달봉사를 자원하기도 했다.
그 덕에 초기엔 5명이 한 주 500인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30명의 자원봉사자가 매주 5000인분의 식사를 만들고 있다. 3주 전 동참한 한 중년 여성은 “두 아들을 전장에 보냈다”며 “아들의 생사가 걱정돼 많이 울지만 요리를 하는 순간만큼은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전쟁 전만 해도 역사를 가르치는 학교 교사였던 바시치신은 요즘 하루 2번 화상채팅으로 제자들을 만나 안부를 확인한다. 그가 담임을 맡았던 11명의 학생들은 폴란드, 헝가리, 독일,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으로 뿔뿔이 피란을 떠났다. 아이들이 덜 불안해하도록 희망을 북돋워 주는 게 그의 수업 목적이다. 바시치신은 “18개월 된 조카가 있는데, 제가 태어나고 자란 아름다운 키이우를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날까지 이곳에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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