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고속도로 위에 전쟁으로 숨진 민간인들이 담요에 덮여있다. (미하일 팔린차크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BBC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부의 오부호비치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오부호비치는 벨라루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곳으로 러시아는 침공 초기부터 이 지역을 점령하고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받아 병력과 군용차량을 잃었다. 그러자 러시아 군인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총으로 협박해 주민들을 집 밖으로 끌어냈고 지역 학교에 가뒀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막고자 집 대문에 우크라이나어로 ‘사람’이라고 써놓았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것을 보고 주민들을 찾았고 문을 열지 않으면 문을 부숴버렸다고 한다. 러시아군은 그렇게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약 150여 명을 학교로 끌고 갔다.
BBC가 인터뷰한 이곳 마을 주민은 “러시아군은 파시스트였고 파괴자였다. 아이들과 사람들이 울부짖는 혼돈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는 89세 노파는 “그들이 러시아말을 했지만 나는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민간인을 끌고 간 러시아군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비유했다.
노파는 러시아군이 자신을 제외한 가족을 학교로 끌고 갔는데 두 살짜리 증손녀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이같은 행위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민간인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제네바 협약의 위반이다.
1977년 제네바 협약 의정서에는 ‘특정 지점이나 지역을 군사 작전으로부터 면제받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