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을 피해 도시를 탈출하다 엄마를 잃은 우크라이나 소년의 편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CNN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세르게이 키슬리차 주 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북서쪽의 호스토멜이란 도시에서 어머니 갈리야와 함께 살고 있던 9살 소년 아나톨리다.
이들이 살고 있던 호스토멜은 2월 24일 러시아군에 점령됐고 이후 35일간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됐다. 류드밀라 데니소바 인권감독관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실종자의 일부는 사망했고 나머지는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갈리야는 아나톨리를 데리고 호스토멜을 탈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이 타고 있던 차는 러시아군에 총격을 당했고 갈리야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인근 주민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아나톨리는 세상을 떠난 엄마를 위해 편지를 썼고 그 편지는 한 우크라이나 TV 진행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아나톨리는 편지에서 “엄마 이 편지는 3월 8일 여성의 날에 드리는 선물이에요. 내 인생에서 최고의 9년,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예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엄마가 천국에 도착했기를 바라요. 천국에서 만나요. 나도 그곳에 갈 수 있도록 예의 바르게 행동할게요”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TV 진행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를 전하며 “너무 고통스럽다. 아이들은 이 공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아이들은 고통에서 살아남을 힘이 없다”고 전했다.
편지를 낭독한 세르게이 키슬리차 대사는 “이 편지는 작성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유엔을 포함해 무엇인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써 권리를 행사할 동안 이런 비극이 고쳐질 수 있을까”라며 “만약 러시아를 막지 못한다면 9살 소년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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