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軍 “무인항공기 공중 살포, 군인-민간인 등 3명 피해” 주장
英 “사용했다면 모든 선택지 검토”… 러軍에 도시전체 포위된 마리우폴
민간인 희생자 1만명 넘어설듯… 키이우 퇴각땐 곳곳 폭발물 설치도
美-유럽, 우크라 무기 추가지원 협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증언이 나왔다. 현지 언론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2월 24일 침공 이후 첫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은 화학무기 사용 시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러시아가 이를 사용할 경우 강력한 제재와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 “러, 무인항공기로 화학물질 살포”
11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 소속 아조우연대는 이날 “러시아가 독성을 지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화학물질을 살포했다고 아조우연대는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군인과 민간인 등 3명이다. 이들은 호흡 곤란, 심각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도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러시아는 모든 인도주의의 선을 넘었다”고 규탄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에 강력히 경고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정무차관은 12일 “화학무기 사용은 혐오스럽고 선을 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정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화학무기 관련)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동부의 핵심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도시 전체가 포위당한 상태다. 도시 기반시설의 90% 이상이 파괴됐고 식량, 식수, 전기도 끊겼다. 40만 주민이 거주했던 마리우폴에는 약 12만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거리에 시신들이 카펫처럼 덮여 있다.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을 것이다. 군인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2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11일 AP통신에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도시 곳곳에 사상 검증을 하겠다며 ‘여과 캠프’를 설치하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민간인을 임시 감옥에 가둬 고문, 학살하고 있다.
○ “러 병사가 성폭행하고 남편 살해”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는 다른 도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1일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퇴각한 수도 키이우에서 폭발물이 숨겨진 세탁기, 자동차 등이 다수 발견됐다. 러시아군은 가정집에서 각종 물품을 약탈한 뒤 우크라이나 경찰과 구조대원 등을 겨냥해 건드리면 폭발하는 부비트랩형 폭발물을 곳곳에 설치했다.
민간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도 자행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성노예’로 납치해 성폭행한 뒤 알몸으로 감자 저장고 등에 가두고 살해했다. 키이우 인근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은 “러시아 병사가 나를 성폭행하고 남편까지 살해했다. 병사들이 떠난 자리에는 마약과 비아그라만 남아있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에 대규모 전면전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과 방공 시스템, 전차, 장갑차, 대포 등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미국 CNN이 전했다. 유럽연합(EU)도 11일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약 6721억 원)를 추가 투입하고 무기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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