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의 출근길 지하철 객차 안에서 한 흑인 남성 무차별로 승객들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0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범인이 아직 붙잡히지 않아서 뉴욕 시민들은 추가 범행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강력 범죄와 증오 범죄가 빈발하는 뉴욕에서 급기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총격까지 벌어져 미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 연막탄 던지고 30여 발 발사
12일(현지 시간) 오전 8시 24분경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방면 36번가역으로 향하던 ‘N’ 지하철 열차 안에서 갑자기 희뿌연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잇달아 들렸고 열차 안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열차에 같이 탔던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녹색 작업복을 입은 한 흑인 남성이 갑자기 자신의 가방에서 방독면을 꺼내 쓰더니 열차 내에 연막탄을 던졌다. 그리고 연기가 열차에 모두 퍼지자 그는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범인을 봤다는 질로시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건설인부처럼 입은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는데 위협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냥 마약에 취한 사람인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이 나를 먼저 겨냥했지만 운 좋게 총알이 바지에 스쳤다”며 “공격이 계속됐지만 마침 열차가 밀려서 다음 역에 도착하기까지 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회고했다. 열차가 36번가역에 멈추자 사람들은 급히 객차를 빠져나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당시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피투성이가 된 승객들을 발견하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범인과 같은 열차에 탔던 야브 몬타노 씨는 CNN방송에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면서 “다행히 의자 뒤에 숨어서 몸을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가 지체되자 사람들은 총격과 연기를 피해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는 못 했다. 그는 “당시 객차 안에는 40~50명 정도가 있었다”며 “객차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고 했다. 범인 옆에 앉았다는 호텔 직원 벤카다 씨는 “총격이 거의 2분 동안은 이어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총격으로 총 29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중 10명은 총상을 입었다. 다만 이중 생명이 위독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직후 뉴욕시는 주변 도로들을 봉쇄하는 한편 학교에 대피 명령을 내려 학생들을 교내에 머물게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사건 당시 9밀리 권총이 모두 33발 발사됐다”면서 “현장에서 권총과 3개의 탄창, 4발의 연막탄 및 손도끼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 62세 흑인 남성 용의선상
경찰은 이날 저녁 사건 현장에 떨어진 신용카드 및 자동차 열쇠를 발견하고, 그 주인으로 62세 흑인 남성 프랭크 제임스를 용의자로 특정해 그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제임스는 전날 필라델피아에서 유홀(셀프 이사용 차량) 트럭 한 대를 빌린 뒤 브루클린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경찰(NYPD)은 “우리는 제임스가 이 열차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그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가 총격을 직접 자행한 장본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범인 검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범행의 동기도 미궁이다. 경찰은 당초 이를 ‘테러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다시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사건 현장인 36번가역은 브루클린에 있는 차이나타운과 멀지 않은 거리지만, 아시아계 증오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도 아직은 확인된 바가 없다.
뉴욕시는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현 시장이 올해 1월 취임한 후 범죄 소탕을 위해 자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강력범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4월 3일까지 뉴욕시 총격 사건은 2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60건에 비해 더 증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해자를 찾을 때까지 경계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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