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50일을 버텨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유 세계의 영웅이 됐다”고 자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50일째 되는 이날 대국민 영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50일을 버텼다. (러시아) 점령군은 우리에게 최대 5일을 줬지만 우린 50일을 버텼다. 50일 간 방어한 것은 성과”라며 이 같이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것은 2월24일이 아니다. 그들의 군대는 지난 2014년에 왔다. 그들은 크름반도를 점령했고 그것을 대규모 군사 기지로 만들었다”며 “흑해와 아조우해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 중 하나로 만들었고 돈바스에서 전쟁을 시작해 8년 동안 우리 국민들을 죽이고 있다. 이 기간 1만400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세계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질문은 반문을 남긴다. 그것이 러시아가 전면전을 결정한 이유”라며 서방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것을 비판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주요 도시들이 파괴되고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도 상기했다. 동부 돈바스 분쟁 지역인 루한스크·도네츠크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50일 간 돈바스 지역이 주요 목표라는 것을 보여줬다. 애초에 파괴하려 했던 것은 돈바스 지역”이라며 “그들은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에서 돌맹이만 남긴 채 모든 것을 파괴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 지역에서 주민들을 강제 징집하고 있고 8년 전쟁을 견뎌낸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보호’한다고 했지만 정작 자멸을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문화, 심지어 러시아어조차 무기를 앞세워 불태우고 있다. 이것은 최소 수십년, 수 세대에 걸쳐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천 년 역사를 가진 고대 체르니히우, 80년 간 자랑스러웠던 하르키우 등을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저항한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의 용기를 높이 샀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첫 날을 기억한다. 강대국조차 우리가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국외로 피신하거나 투항할 것을 권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심지어 우리조차 우리가 얼마나 용감한지, 얼마나 자유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즉시 도울 수 있을지 물었고 우리와 등을 맞대고 방어를 도와줬다”며 무기와 군사장비, 인도적 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서방에 사의를 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선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점령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부차와 크라마토르스크, 볼로바카, 오흐티르카, 마리우폴에서 저지른 것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방을 향해서도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봤던 것이 지금 우리 땅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모두 영웅이 됐다. 모든 우크라이나 남녀들은 저항했고 포기하지 않았다”며 “(여러분은) 결국 승리할 것이고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