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해군 상징 ‘모스크바함’ 침몰… 우크라 8개 도시 맹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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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취역한 흑해함대 지휘함… 러 “탄약고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
우크라측 “넵튠 미사일 2발로 격침”, 전문가 “러軍 해안상륙-보급로 타격”
CNN “푸틴 자존심 상처로 보복 공격”

러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하르키우 도심 러시아군의 공습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16일 소방관들이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심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러시아군의 추가 공습, 건물 붕괴 위험 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러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하르키우 도심 러시아군의 공습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16일 소방관들이 완전히 폐허가 된 도심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러시아군의 추가 공습, 건물 붕괴 위험 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러시아군이 16일(현지 시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8개 거점도시를 맹폭했다. 흑해함대 기함(旗艦)이자 러시아 해군 상징인 미사일순양함 모스크바함이 침몰해 막대한 전력 손실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라고 미국 CNN 등은 분석했다.

모스크바함 침몰 사유를 놓고 주장이 엇갈린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함 탄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화재가 난 데다 폭풍까지 불자 균형을 잃고 가라앉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넵튠’ 지대함미사일 2발로 격침시켰다고 반박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명중했다”고 말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전했다.


침몰한 군함 한 척을 놓고 양측이 입씨름까지 벌인 것은 모스크바함이 러시아 해군의 상징적 존재여서다. 1983년 취역한 슬라바급 미사일순양함 모스크바함은 길이 187m, 폭 21m, 무게 1만2490t에 510명이 탑승 가능하다. 사거리 700km인 항공모함 타격 미사일 ‘불칸’, 해상 특화 지대공미사일 그럼블, 1분에 1만 발을 발사하는 함포 AK-630M과 핵미사일까지 탑재 가능해 ‘바다 위 요새’로 불린다. 침몰 당시 핵미사일을 싣고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군함 30여 척으로 구성된 흑해함대 지휘함이자 가장 강력한 장거리 방어 능력을 갖춰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무력 병합, 2015년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했다. 모스크바함 한 척으로 우크라이나 해군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다.

군 전문가들은 모스크바함 침몰로 러시아군의 해안 상륙, 후방 방어, 보급로 확보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본다. 또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가 러시아 함대 사정권에서 벗어나 오데사 주둔 우크라이나 병력 이동이 자유로워졌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모스크바함 침몰 후 러시아 함정들이 해안에서 150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며 ‘남부 작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런 규모의 침몰은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함이 영국 해군 어뢰에 격침된 후 처음”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해군 최대 손실로 전했다. “미 해군이 항공모함을 잃은 것과 유사한 사건”(CNN), “사고였다면 러시아군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뉴욕타임스)라는 평가도 있다.

모스크바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알려진 ‘넵튠’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이 2015년 소련제 미사일을 개조해 첫선을 보인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16일 키이우, 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등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러시아군은 특히 넵튠 미사일을 생산하는 키이우 남서부 외곽 비자르 공장을 집중 공습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 2만3367명이 사망했다”며 승전이라도 한 듯 발표했다. 또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전체를 장악했다”며 “17일 오전 6시까지 항복하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 내 우크라이나군을 없앤다면 러시아와의 협상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모스크바함#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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