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70m2 공간에 380명 감금
그사이 18명 숨져… 장례도 못치러
콘크리트로 막은 문 부수고 탈출
“제대로 장례 치러주고 싶어”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학교 지하실. 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출입문 뒤에 검은색 크레용으로 하루하루 날짜를 적었다. ‘지하실 달력’의 시작은 3월 4일.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약 140km 떨어진 야히드네 마을 어린이 60명을 포함해 주민 380명을 포로로 잡았다. 70m²도 채 안 되는 교실 네 곳에선 제대로 누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화장실도 못 가게 해 양동이에 볼일을 봤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러시아군이 물과 음식 공급을 끊자 병이 있거나 나이 든 사람들이 쓰러졌다. 발렌티나 사로얀 씨는 “한 노인이 숨지고 그의 아내가 뒤따랐다. 바닥에 누워 힘겨워하던 남자도…”라고 말했다. 그렇게 18명이 숨졌다. 장례도 허용되지 않아 시신들은 그냥 한쪽에 놓여졌다.
술에 취했거나 마약을 한 듯한 러시아 군인들이 종종 지하실로 내려와 주민 목에 총을 겨누고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거나 러시아 국가를 부르게 했다.
주민들은 지하실에 남은 약간의 식료품과 물로 버텼다. 낮에 문 틈새로 들어오는 가는 빛을 조명 삼아 아이들은 벽에 그림을 그렸다. 긴 수염에 뾰족한 귀를 가진 고양이, 축구장, 공습 전 마을 모습….
지난달 말 러시아군은 퇴각하면서 ‘마지막 선물’이라며 지하실 출입문 틈새를 콘크리트로 막았다. 주민들은 겨우 문을 부수고 탈출했다. ‘달력’ 날짜 3월 31일이었다.
침공 전과 완전히 달라진 마을에서 주민들은 숨진 이들을 수습하고 있다. 유리 발라노비치 씨(39)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곳곳에 지뢰가 묻혀 있어 무덤을 파기 쉽지 않지만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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