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여행객이 한국으로 귀국할 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은 ‘난센스’”라며 한국 정부가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팬데믹 상황에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아시아 내 경쟁 국가에 비해 너무 천천히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FT 보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휴양지로 떠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새 대응 체계에 따르면 해외입국자는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2차례 받아야 하고 6월 1일부터는 1차례 검사를 받는다.
조 회장은 또 대한항공이 향후 3개월간 탑승 예약이 꽉 차 있음에도 탑승객 수 제한 때문에 항공기를 추가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는) 기존 수용량의 80∼90%는 열어야 하는데 지금은 25%에 머물러 있으며 항공권을 더 판매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18일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낮춰 일반 의료 체계로 전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했지만 탑승객 수 제한은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우려에 대해 조 회장은 “치열한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합병은 대한항공에 기회이며 장기적 생존을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에 9개 항공사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전체 국제선 323개 노선 중 32개에서 점유율이 50%를 넘고, 7개 노선은 점유율이 100%에 달해 독과점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일부 노선 운수권과 슬롯 반납, 운임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심사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은 “미국 규제 당국과의 협상이 쉽진 않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대한항공이 빈 여객기를 이용해 마스크와 진단키트 수십억 장을 운송했다”며 미 당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