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달러당 130엔 근접하며 추락…“경험한 적 없는 엔저”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0일 15시 32분


20일 달러 대비 일본의 엔화 가치 추락이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1달러 당 129엔까지 상승하면서 130엔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유지 입장을 거듭 시사했다.

니혼게아자이 신문(닛케이),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1분께 1달러 당 엔화는 129.33엔까지 치솟았다. 2002년 4월 이래 약 20년 만에 엔저 수준이다.

특히 하루 만에 2엔이나 급등했다. 지난달1일 114.82엔에서 약 12.6%나 뛰었다.

급격한 추락 후 환율은 다소 진정됐다. 차익실현을 위한 세력이 몰리며 20일 오전 1달러 당 128엔대로 추이하고 있다.

엔화는 유로 대비 가치도 하락했다. 이날 1유로 당 139엔 후반에 거래되면서 2015년 6월 이래 엔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는 NHK에 “일단 차익실현을 위한 달러 매도가 나오고 있으나,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된다는 견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엔화가 팔리기 쉬운 상황은 계속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저가 급속하게 진행되자 시장도 당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쓰비시(三菱) UFJ은행 이노 뎃페이(井野?兵)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험했던 적이 없는 정도 급격한 엔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어디까지 엔저가 진행될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1달러 당 130엔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엔의 매수 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엔저가 한층 더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엔화 약세의 핵심은 미국과 일본의 금융 정책 차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물결 속에 미국 등은 금융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이례적으로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미일 금융 정책의 차이, 금리 차이 확대 속 엔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20일 발표된 지난해 일본의 무역적자도 엔저를 부추겼다.

이날 재무성은 2021회계연도 무역수지가 5조3749억엔 적자라고 발표했다. 적자 폭은 7년 만에 최대였다. 우크라이나 정세로 원유, 곡물 등 자원 가격이 급등한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외국 수입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엔을 매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엔화 약세, 달러 강세에 대한 압박이 높아졌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에 근접했음에도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할 입장을 시사했다.

같은 날 일본은행은 장기 금리 상승 억제를 위한 지정가 국채 무제한 매입 실시를 통보했다.

닛케이는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으나 일본은행은 금융 완화 자세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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