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와 그 인근이 러군의 핵심 군사목표로 떠올랐지만, 키이우 함락이 쉽지 않았듯 이번 전투의 승패 역시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발발 직후 동부 지역에 연합군작전(JFO)을 수행하는 10개 여단을 배치했는데, 이들은 훈련과 장비면에서 우크라이나 최정예 병력들로 구성됐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샘 크랜니-에반스는 “우리는 아직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강한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군 전력은 시간이 갈수록 지원병이 늘어 확대되고 있다.
독립 항공방위컨설팅업체인 로찬 컨설팅의 콘라드 무지카 대표는 “우크라군의 주요 목표는 러시아군에 최대한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비대칭 전술을 사용해 더 큰 전투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미 정보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 전술그룹 11개 부대를 추가 배치해 총 76개의 전술그룹부대가 이 곳을 지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 부대 규모는 각각 700~900명 수준이다.
즉, 7만명 안팎의 우크라이나 최정예 병력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에 대비해 동부 전선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킹스칼리지런던의 트레시 저먼 분쟁안보 교수는 “우크라이나 동남북부는 통제하기엔 큰 영토”라며 “또 이곳의 지리적 복잡성 역시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지금도 러시아군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돈바스 전쟁’ 의미…뺏기고 휴전시 승자는 누구?
미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 돈바스 전투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년 사이에 러시아 영토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 막시밀리안 헤스는 “돈바스 전투 진행 양상이 드니프로강 이동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넓은 영토를 남길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크림반도 때와 같은) 병합이 푸틴의 장기 목표란 점은 분명하다고 봤는데, 그 병합이 얼마나 많은 부분이 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돈바스를 우크라이나에서 ‘해방’ 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혀 왔지만, 러시아의 목표가 여기서 그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돈바스는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업지대로, 러시아는 내전 기간 줄곧 돈바스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해왔다.
오는 5월9일은 러시아군이 1945년 나치 독일을 격퇴한 것을 기리는 승전기념일인데,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를 승전물로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한스크 지역에 인민공화국 수립을 자처한 반군 지도자는 해방 이후 주민투표를 열어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돈바스를 향한 러시아의 목표는 꽤 노골적이며, 이 경우 우크라이나 분단이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 전쟁은 정말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될까? 수도 키이우는 함락되지 않았고, 젤렌스키 정부도 이곳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데도?
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동부의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결국은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고 BBC는 전했다. 소위 ‘이기고도 진 전쟁’ 시나리오다.
반면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크랜니-에반스는 “우크라이나군이 잘 조직되고 적절히 장비가 지급되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돈바스를 뺏기고 전쟁이 끝날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정말 승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크랜니-에반스는 “우크라이나라는 나라가 존속하게 돼 이겼다고 해도 돈바스를 완전히 잃는다면 그게 정말 승리이고 평화가 영원히 지속되겠느냐. 아니면 10년 뒤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돈바스 전투는) 우크라인에게 걸린 게 많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영토의 한 점(every metre)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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