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공세에 나선 러시아가 20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나 프랑스 전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발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모든 적들을 다시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서방 11개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가 핵 위협 수위를 한층 고조시키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세대 ICBM RS-28 사르마트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15분 만에 5800km를 비행해 한반도 북동쪽 캄차카반도의 목표물에 명중했다. 세계 최대인 이 ICBM은 메가톤(TNT 100만 t)급 핵탄두를 최대 16개 탑재할 수 있어 파괴력이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2000배에 이른다.
美 “우크라 무기지원 강화” 다음날… 푸틴 ‘악마 ICBM’ 핵위협
러, 신형 ICBM ‘사르마트’ 시험발사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선언한 러시아가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핵 위협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서방이 ‘러시아를 패퇴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투기와 초음속 지대공미사일 등 최신 무기 지원에 나서자 하루 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ICBM 시험 발사 직후인 2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장악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성공적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는 요새인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말라”며 봉쇄령을 내렸다.
○ 러, 초대형 ‘사탄’ ICBM 발사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오후 3시 12분 신형 ICBM RS-28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2009년부터 개발해 온 이 미사일 시험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르마트는 전 세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미사일”이라며 “전략 핵 전력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탄(악마)-2’로 명명한 사르마트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핵미사일로 사거리가 1만8000km에 이른다. 북극은 물론이고 남극을 건너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여러 목표를 한 번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재진입체(MIRV)나 적 요격미사일을 피해 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등 16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독특한 무기는 광란의 공격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사로잡혀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지난해 말 시험 발사를 연기했던 러시아가 이날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해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으론 “통상적인 시험 발사”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시험 발사를 사전에 통보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미군 당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더 절망적인 상황이 되면 비이성적인 일들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 마리우폴 최후 요새 제철소 봉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1일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의 모든 지역이 해방됐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철소) 진입은 무익하다. 취소할 것을 명령한다”며 주변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 BBC는 “러시아군 전력 손실을 방지하고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비판, 유럽 최대 제철소의 경제적 가치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특수부대 ‘아조우 연대’가 주축이 된 병사 2500여 명이 저항하고 있다. 11km²로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제철소는 지하에 길이 20km, 깊이 30m의 철강 운반용 터널 등이 있어 지하 요새를 방불케 한다. 러시아군이 터널로 진입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저격을 당하자 지하시설 관통용 특수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동원하는 바람에 지하에 대피해 있는 민간인 1000여 명까지 집단 학살당할 위기에 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의 우리 군과 시민을 없애면 정전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마리우폴 상황이 집단 학살이 발생한 북부 부차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제철소를 봉쇄해 우크라이나군을 굶어죽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 함락을 선언하면서 이미 점령한 남부 도시 헤르손-크림반도-마리우폴-돈바스를 잇는 친러시아 동남부 벨트가 완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CNN은 “러시아군이 헤르손 등 점령 지역에 옛 소련 전승기를 내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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