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한 21일(현지 시간) 당일 인근 만후시에서 300여개의 구덩이가 있는 대규모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보로단캬 등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일대에서도 민간인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굳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도살자(Butcher)’라고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표트르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민 2만여 명이 러시아군에 숨졌다. 러시아군이 시신을 수거한 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트럭으로 옮긴 후 매장하거나 유기했다”고 밝혔다.
미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19㎞ 떨어진 만후시 공동묘지 근처에서 300여개의 구덩이가 확인됐다. 가로 180㎝, 세로 3m 로 러시아군이 만후시를 점령한 지난달 23~26일, 이달 6일 각각 촬영됐다. 마리우폴 시의회도 “러시아군이 만후시에서 최대 9000명을 묻었을 것”이라며 명백한 전쟁범죄 증거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에서 42곳의 마을을 점령했다.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에서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돈바스 점령을 서두르고 마리우폴 함락 또한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2500명, 민간인 1000명 등이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13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스위치 블레이드’를 개량한 ‘피닉스 고스트’ 드론 121대, 155mm 곡사포 72기, 포탄 14만 발 등이 포함됐다. 그는 집권 민주당의 모금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두 차례나 “도살자”로 칭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보로댠카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러시아를 규탄했다. 200t의 탄약 및 군수 물자도 전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우크라이나군에 대공 미사일 사용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120대의 장갑차도 보내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슬로베니아가 보유한 M-84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슬로베니아에 탱크와 장갑차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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