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서부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는 인구 300만이 조금 안 되는 동유럽 가장 작은 국가로, 면적은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에 불과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옛 소련 영토라는 점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유사점이 많다.
유사시 방어 수단이 우크라이나보다도 적다는 점은 비극의 크기가 남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24일(현지시간) 미 CNBC는 옆나라의 전쟁으로 작은 내륙국 몰도바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며 이곳의 위기감을 조명했다.
몰도바는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인근 조지아와 발트 3국, 폴란드처럼 확전 우려가 제기된 국가 중 하나다.
니쿠 포페스쿠 몰도바 외무장관은 지난 19일 독일 마셜펀드 싱크탱크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취약한 이웃”이라며 “전쟁의 여파를 처리할 자원이 가장 적은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몰도바는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난민 40만여 명이 향한 피란지로, 현재 난민 지원 문제와 난민 위기로 인한 경제 여파 수습을 동시에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확전 우려와 그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 가입 절차를 서두르면서 지난주 필요한 설문지를 제출한 상황이다.
몰도바에 대한 위협이 분명해진 건 최근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가 ‘특수작전의 다음 목표’로 ‘트란스니스트리아 몰도바 공화국’을 언급하면서다.
루스탐 미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 군사지구(CVO) 부사령관은 지난 22일 방위산업 연합 연례회의에서 “특수작전 2단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완전한 장악이며, 이 경우 크림반도에서 돈바스로의 육로 확보에 더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진입로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접경에 위치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2년 전쟁을 거쳐 1994년 몰도바에서 독립한 미승인 국가다.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독립도 러시아가 지원했다.
조지아의 압하지야·남오세티야, 우크라이나의 돈바스·크림반도처럼 옛 소련 영토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니에카예프 부사령관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에 대한 억압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러시아어 사용인구 탄압을 구실로 들었는데,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다.
이고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보좌관은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몰도바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높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 역시 몰도바의 취약성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포페스쿠 장관에 따르면 몰도바는 자국 가스 공급의 10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며, 그중 80%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접경 지대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거쳐 들어온다.
다른 경로 모색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리적 특성상 국제 무역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게 포페스쿠 장관의 설명이다.
포페스쿠 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꽤 많은 상품을 수입하고 이런 수입품은 특히 오데사항을 거쳐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중 최서단에 위치한 오데사는 이번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해상 물동량의 3분의 2가 지나가던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에서 동부 돈바스까지 점령하는 2단계 목표를 이룬 뒤, 오데사를 거쳐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경우 이번 전쟁의 전장이 몰도바로 확대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내륙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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